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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교수] '궁금함'에 대한 '답'을 찾으며 걸어온 연구자의 길 / 양성윤 교수
[인터뷰_교수] '궁금함'에 대한 '답'을 찾으며 걸어온 연구자의 길 / 양성윤 교수
작성자 유기재료공학과
조회수 282 등록일 2024.08.05

지난 6월, 유기재료공학과 양성윤 교수가 전 세계 생체재료 분야 연구자들의 영예인 세계생체재료연합회(ISUBSE) 펠로우로 선정됐다. ISUBSE 펠로우는 생체재료 연구에 대한 상위 10% 연구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는 칭호다. 지금껏 걸어온 모든 발자취를 인정받는 성취였기에 더욱 뜻깊은 성과였다. 이번 펠로우 선정을 넘어 앞으로도 충남대를 세계에 알리고, 'research' 할 수 있는 후학 양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양성윤 교수. 지금껏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걷고자 하는 연구자의 길은 무엇인지 물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략한 자기 소개와 어떤 연구를 이어오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희 실험실에 방문하시고 소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유기재료공학과(대학원 고분자공학과)에 재직중인 양성윤 교수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고분자 재료는 ‘플라스틱’일 텐데요, 실제로 고분자는 그보다 휠씬 다양한 소재로서 일상생활 및 자동차, 섬유, 제약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사용되며, 우리 몸의 대부분의 성분도 고분자입니다. 저는 고분자재료를 전공으로 해서 환경과 의공학 분야의 기초 및 응용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의료기기, 바이오칩과 약물용 기능성 박막 코팅 그리고 분리막(membrane)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상위 10%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세계생체재료연합회(ISUBSE) 펠로우로 선정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네, 당연히 기쁜 일입니다. 4년에 한번만 기회가 오고 소속 국가의 시니어 펠로우 2명의 추천도 받아야하는데 한명의 펠로우가 추천할 수 있는 인원도 3명 정도라서 정말 쉽지 않은 경우인데, 저에게 기회가 온 것은 제가 연구와 학회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운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학회로부터 펠로우 추천 연락을 받고 지원해서 선정까지 되어, ‘거창하지 않아도 꾸준히 한 가지 일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세계생체재료학회에서 신임 펠로우십 수상식을 하면서 전 세계의 펠로우 연구자들과 만나게 되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Q. 생체재료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으실까요?

저명한 과학자들 중에는 경력 초기부터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매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경우는 분야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경쟁적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궁금하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서 조금씩 그러나 끊이지 않고 해왔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 말이 제 경우에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학회의 영문지 창설 때부터 부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현재도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연구 분야에 관련된 수고스러운 일을 피하지 않고 해온 것도 연구에서 멀어지지 않은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이룩한 연구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궁금합니다.

고분자(polymer)는 화학소재로서 매우 다양한 연구 분야에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박사과정중에 연구실에서 몇 년동안 해결되지 않던 합성방법을 발견하고 문제를 풀어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 (미국화학회지)에 첫 논문을 게재했던 순간과 첫 아이를 낳고 나서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아이 이름이 프린트된 샘플을 데이터로 넣어서 발표한 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 논문, 충남대학교에 부임해서 ‘나노스펀지 (nano-sponge)’라는 제목으로 아주 작은 구멍들을 가지고 있는 표면의 바이오칩 논문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을 때 등 열심히 한 연구의 결과가 유수의 학술지에 성과물로 올릴 수 있게 되었던 순간들이 모두 소중합니다. 그리고 연구 과정 중에서 석사과정생 위주로 운영되는 저희 대학의 상황이 연구에 미치는 아쉬움이 많지만, 무엇부터 시작할지도 몰랐던 초보에서 독립적 연구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뿌듯합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중요한 연구자의 덕목은 무엇인가요?

저는 우선 ‘연구’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한자어로 봐도 ‘깊이 답을 구한다’이고 영어로 봐도 ‘research’ 즉, ‘의문의 답이나 논리적 설명을 위해 찾고(search) 다시 또(re-) 찾는다.’라는 의미이지요. 궁금한 것을 풀기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 답을 지속해서 찾아가는 것이 연구자의 길입니다. 따라서,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현상이나 현존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궁금해하는 마음’과 ‘꾸준히 답을 찾아가는 행동’이고 이것이 이어질 때 그게 바로 연구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필요한 소양으로 설명하자면, 체계적으로 실험과 가설을 설계하는 훈련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또한 현대 이학-공학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협력할 수 있는 오픈마인드와 상호존중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Q. 연구자 또는 교육자로서 앞으로 계획 중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현재하고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면서 학술논문 게재뿐만 아니라 의공학적 응용성이 있는 연구결과는 산업적으로 연결되어 제품화까지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과대학에 재직하고 있기도 하고 응용연구도 하다 보니 중소기업대상으로 기술지도도 하고 국내 및 미국특허로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어서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런 연구의 결과로 학생들이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산업계에 잘 진출하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도 교육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임용될 때 특히 공과대학에 여성교원이 몇 분 없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을 여학생과 신진여성연구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외국의 경우, 세계적인 연구소와 대학에서도 여성연구자와 교원 채용을 적극적으로 해서 남녀 성비(gender ratio)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싱가폴 국립대학중 하나인 난양기술대학(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재료공학분야의 여성리더연구자들을 초청한 국제학회에 참석했었는데, 저는 나노재료 (Nanomaterials) 분야에서 헬쓰케어 연구로 기조강연을 했습니다. 싱가폴은 대한민국보다 작은 도시국가지만 NTU는 최근 국제적 지명도가 매우 높은 대학입니다. 이번에 특별히 전 세계적으로 재료분야 우수 여성연구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기조강연자로 초청하고, 자국의 신진 연구자들과 패널토론도 주최했는데 대학총장, 연구처장 등 주요 보직자가 모두 참여하여 네트워크 형성에 진심을 다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런 시도야말로 학교를 매우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기회라서 부러웠고 저희 대학도 그런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이와 같이 충남대학교를 좋은 뉴스로 알리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Q. 교수님처럼 세계적인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말이 쌓여 태도가 되고, 태도가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에 행동과 결과가 되지요. 나의 미래에 대해 희망찬 꿈을 꾸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자신감, 자기 효능감, 자기 신뢰.... 어떤 유사한 말이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은 스스로를 돌보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한 배려. 이런 것들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것처럼 연구자에게도 중요합니다. 매일의 삶에서 우린 완벽하지 않지요. 좋은 날도 나쁜 날도,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잘 흘러간 날도 있지만 이상하게 꼬이고 화나게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모두에게 일어납니다. 저도 매일 겪는 일이고요. 그러나 부정적인 것에 오랫동안 묶이지 않도록 하고 긍정적인 힘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구에서는 특히, 처음 시도한대로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필기시험을 잘 보는 것과는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연구실험 결과가 예상과 자꾸 다르게 흘러갈 때, 예전 저의 지도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성윤, 너가 아마 아주 중요한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가 보다. 대자연(mother nature)이 비밀을 풀어내려는 너를 방해하나봐!’ 저도 연구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휠씬 많은 너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대자연이 너를 이끌고 있나 보다. 나무에 많은 가지가 있듯이 우리가 생각했던 가지는 매우 일부였어. 이건 진짜 큰 몸통으로 우릴 이끄는 거겠지!” 여러분의 여정의 끝에 마침내 큰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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